나의 감상
1970년대 중반 저임금 노동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에서 저물어가는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해 애쓰는 젊은 노동자 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영수는 남동생 영호, 여동생 영희, 그리고 엄마와 함께 네 식구의 힘든 삶을 이어간다.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난장이 아버지는 무시와 경멸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이상적인 삶을 꿈꾸다 공장 굴뚝에서 투신 자살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삶의 전선인 공장에 취업한 세 자녀는 열악한 환경에서 육체 노동을 견디면서 생활을 이어간다. 영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외치면서 노동 운동에 깊이 관여했다. 결국은 경영주 가족을 살해하고 법원의 사형 선고를 받는다.
자료를 찾아 보니 1975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615달러이다. 아시안 게임을 개최한 1986년은 2,804달러, 올림픽을 개최했던 1988년은 4,692달러,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2년은 12,781달러, 2023년은 33,745달러이다.
나는 1971년생이다. 초등학교 시절인 1980년대의 생활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버지는 밤낮 없이 일만 하는 산업의 역군이었고, 엄마는 악착같이 절약하는 생활의 달인이었다. 나는 비교적 여유 있는 가정에서 막내로 태어나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다(형과 누나의 학창 시절 생활은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그리 풍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시대의 누구나 그러하듯 어려운 생활에 파묻혀 성장해 왔다.
오늘날의 기술 강국으로 도달하기까지 앞선 세대는 젊음을 희생했고, 1970년대는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공업화로 들어서는 초입이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고단한 삶을 살았으며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의 커다란 불신의 간극으로 과격한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통해 노동자의 비극적 결말을 접했다. 강자와 약자 사이에 놓인 갈등의 매듭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논하는 21세기이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1970년대의 노사관계가 여전히 숨어 있을 것이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세상은 변했으며,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내 자식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서 불과 50년 전에 일어난 우리 주변의 슬픈 일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공업화 태동기의 슬픈 자화상이다. 나는 현실이었지만, 자식들은 역사로 기억할 것이다.
책의 말미에 두 편의 문학평론가 설명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평론의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힘들다.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부탁 드린다.
제목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저자 – 조세희
출판 – 이성과 힘, 초판1쇄(2000.07.10), 초판52쇄(2004.10.07)
쪽수 – 351
독서 – 2024.09.27~2024.11.11
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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