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중부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는 모험 소설이다. 주인공인 말로가 영국 템즈강에 정박해 있는 배 위에서 출항하기 전에 동료 선원들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말로 혼자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선원들은 듣기만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말로가 과거에 모험을 떠난 낯선 곳은 벨기에 식민지인 아프리카 콩고 내륙이다. 무역 회사에 취직한 말로는 연락이 두절된 채 오랜 기간 동안 콩고에 주둔하고 있는 커츠라는 이름의 주재원 책임자를 본사로 데리고 나오라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콩고강 하류를 출발해서 우여곡절 끝에 커츠가 머무는 상류의 주재소에 이르기까지 말로는 유럽과 전혀 다른 태초의 원시 밀림과 흑인 토착민의 놀라운 생활을 긴장 가득한 두 눈으로 보게 된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철저히 가려져 있는 거대 정글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여전히 식인 풍습이 느껴지는 아프리카 오지 생활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토착민의 급습으로 흑인 조수를 잃고서 커츠가 머물고 있는 숙소 근처에 도달했을 때 말로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집 주변 울타리 말뚝에 여러 명의 흑인 머리가 꽂혀 있는 것이었다. 분위기 또한 원시 종족 흑인 무리들이 외지인 백인 커츠를 신처럼 떠받들고 있었다. 대규모 상아 조달을 위해 본국 벨기에의 식민지이자 유럽 문명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정신적 물리적으로 현지인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로가 커츠를 만났을 때 커츠는 심한 풍토병에 걸려 몹시 쇠약해진 상태였지만 귀국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설득 끝에 배에 오른 커츠는 얼마 안 가 ‘무섭다’라는 작고 짧은 말을 남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아프리카에서도 문명의 영향이 닿지 않는 외진 땅에서 커츠의 행동은 말로로 하여금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돌이켜 보도록 했다. 커츠의 시신과 함께 문명의 본 고장 유럽으로 돌아오면서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저자 조지프 콘래드는 폴란드 사람인데 영국에 귀화한 후 선원 생활을 하며 영어를 배웠다. 이 작품은 1890년 콩고로 파견 근무 나갔던 조지프 콘래드의 자전적 모험 소설이다. 저자는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증기선을 타고 콩고 정글로 들어가 원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암흑의 핵심은 이 이야기를 편지하여 1899년에 출간한 책이다. 영어 원제는 ‘Heart of Darkness’이다. 책을 다 읽었는데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져 평론을 찾아보았다.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일어나는 참상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내용이라고 한다. 극도의 도덕적 일탈 행위를 자행하는 당시의 제국주의 실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등이 노른자 땅을 차지한 후, 관심 밖에 있는 콩고 오지를 벨기에가 나중에 차지한 배경이 깔려 있다.
문명 세계에 살고 음악에 조예가 깊던 백인이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정글로 들어가 자신이 통제하는 왕국을 세우고 아프리카 토착민 위에 군림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알겠다. 나는 이것이 제국주의의 잔인하고 어두운 면을 파헤치는 방향으로 확대하는 연결을 상상할 수 없었다. 만일 내가 19세기 말에 이 책을 읽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100년이 더 지난 지금 평론가 도움 없이는 작가의 주장을 파악하기 힘들다. 100년 후의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몸소 겪고 있는 좌익과 우익의 대립, 전세계적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 등과 같은 시대적 조류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와 비슷한 유형의 책을 읽는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후대 독자도 아마 평론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암흑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아프리카 오지 정글, 핵심은 그 안에 움츠려 현지인을 장악한 백인인 것 같다. 이 소설을 모티브로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제작했고, 2018년 대학수학능력 영어 영역에 지문이 나온 적이 있다. 인간의 잔인한 내면을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문장으로 표현했기에 책을 읽는 내내 적지 않는 모호함으로 가득 찼다. 다른 독자가 느낀 감상을 듣고 싶다.

제목 –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
저자 – 조지프 콘래드
옮김 – 이상옥
출판 – 민음사, 초판1쇄(1998.08.05), 2판4쇄(2025.01.14)
쪽수 – 201쪽
독서 – 2025.11.01~2025.11.21
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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