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상
몇 년 동안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책 제목만 보고 글로벌 무역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내용인 줄 알았다. 결론을 말하면 미국 달러와 은행의 역사, 그리고 음모와 투기로 얼룩진 금융 재벌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전통적인 황금을 기준으로 삼는 금본위 화폐 제도가 가장 안전하고 투기가 없는 성실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최초의 은행은 개인 재산인 금을 안전하게 보관 대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금을 맡기면 은행은 이에 상응하는 차용증을 써 주고 보관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번다. 차용증은 신용 수표가 되어 다른 물건을 살 수 있고, 차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제든 은행에 가서 동일한 가치의 금을 꺼내올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행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금을 찾는 일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실물 황금이 없는 상태에서 차용증을 초과 발행하기에 이른다.
이름을 많이 들어본 서구의 글로벌 금융 그룹은 중세 말 도박과 같은 투기에서 비롯되었다. 유태계 독일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다섯 형제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 근거지를 두고 연합하여 세계 최초의 금융 재벌이 되었다. 유럽에서 기반을 다진 로스차일드 세력이 미국으로 건너가 JP모건, 록펠러 등과 같은 신흥 금융 재벌 탄생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스라엘의 창시자이며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 1997년 한국의 IMF 구제 신청도 모두 돈을 목적으로 한 국제 금융 재벌의 철저한 계산이었다.
책을 통해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과 각국의 중앙은행이 국가가 운영하는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이며, 조직의 설립과 배후에 국제 금융 재벌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친 끈질긴 모략으로 금본위 화폐제도를 폐지하고 국가와 개인의 채무를 증가시켜 채무 크기에 해당하는 달러를 폭발적으로 찍어내는 체계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돈을 발행하는 세력이 자기 마음먹은 대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국제 금융 재벌들은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달러 중심의 화폐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가도 개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당근 정책을 제시하고 중동 석유 결재 수단을 달러로 하도록 제도화한 것은 70년대 석유 파동 때 달러의 위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모든 화폐 정책은 금융 재벌 스스로 만들고 공포하는데 그 이익은 순전히 자신들에게, 피해는 일반인들에게 돌아간다. 그럴싸하고 달콤한 미끼로 대출과 채무를 유도하고 통화 팽창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대상 국가와 일반인이 채무를 상환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나서 그들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부를 축적한다.
오늘날의 전세계적인 빈부 격차 심화는 이러한 자산 이동에 따른 영향이다.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오늘날 보편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도 손쉬운 대출과 통화 팽창을 유도한 금융 재벌들의 모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느날 물가 상승 폭탄이 터지면 많은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져 은행 소유가 될 것이다. 대규모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은 은행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난 아무리 작은 은행 빚이라도 끔찍할 만큼 싫다.
저자는 금융 재벌의 소유인 현대의 은행을 국가와 국민의 피를 빨아 먹는 악당으로 묘사한다. 국제 금융 재벌 출현 전의 은행은 황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운영하여 무척 안정적이었다. 현대의 은행과 금융 기관은 의도적으로 황금과의 관계를 끊어버렸고 자신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거품이 가득 낀 속임수 금융 파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금의 위치가 건재한 걸로 봐서 금융 재벌들의 생각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금융 재벌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금이 화폐의 주역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는 걸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말한 고려말 최영 장군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공돌이 출신인 나는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책 초반에 읽는 은행의 탄생과 로스차일드 가문에 의한 금융의 시작은 일반인의 흥미를 끌 정도로 아주 흥미진진하다. 후반으로 가면서 현대 금융과 사기 행각으로 표현하는 파생 상품이 등장하는데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장에 인쇄된 페이지 숫자를 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저자의 주장이 모두 맞는다고 할 수 없다. 책의 영향을 받은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금융 상품에 대한 의혹과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문외한인 나도 읽었다. 여러분에게 권한다.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제목 – 화폐전쟁
저자 – 쑹홍빙
옯김 – 차혜정
감수 – 박한진
출판 – RHK, 1판1쇄(2008.07.28), 1판120쇄(2018.02.19)
쪽수 – 511
독서 – 2024.07.10~2024.09.27
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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