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상
이 도서 또한 약학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딸이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다. 딸은 나를 약학 상식의 전문가로 만들 작정인가. 돈 주고 산 책이라서 버릴 수도 없고, 아무 생각 없이 첫 장을 넘기면서 프롤로그와 목차부터 읽기 시작했다. 읽은 시점이 2021년 여름이었는데 2024년 여름에 감상문을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책의 주제는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과 미생물, 채식이다. 모든 병의 근원은 우리 몸의 장에 서식하는 나쁜 세균에서 비롯된다는 의외의 주장이 인상적이다.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풍부한 생물학 지식, 역사적 의학 기록과 증거를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와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추적한다.
자폐와 같은 뇌질환 역시 장 속에 있던 유해 세균이 혈액을 타고 뇌를 침투해서 일으키는 것으로 설명한다. 청결 느낌을 주는 무균은 면역 체계를 망가뜨려 생명을 위협하는 반면, 유익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무균에 가까운 제왕절개술보다 자궁을 통과하면서 엄마의 자궁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을 흡입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유리하다는 내용도 서술하고 있다. 분유보다는 유산균이 풍부한 모유가 건강에 유익히다. 포유류 동물이 출산과 동시에 대변을 새끼에게 묻혀 주는 이해 못할 본능적인 행동이 이러한 원리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면역 체계에 이상이 있어 죽을 때까지 무균 처리한 식사와 특수 무균실에서 생활해야 했던 소년의 인생 이야기는 씁쓸하기만 하다.
전세계 비만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전염병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도 독특하다. 질병 역사상 비만만큼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 적이 없었으므로 아주 심각한 전염병으로 인식한다. 비만 환자 주변에는 똑같은 비만 체형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들은 비슷한 식단으로 비만 유발 미생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적인 전염병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질병은 장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 상호 작용에서 비롯된다. 몸에 이로운 프로바이오틱스는 주로 채소와 야채의 섭취로 확보하는데 장에서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 건강한 신체 리듬과 면역 체계를 유지하게 해 준다.
나는 육식을 좋아하는데 나이가 먹고 중년이 되면서 가끔은 속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내 몸속의 장에 좋은 바이오틱스를 많이 저장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건강은 먹는 대로 간다. 미생물을 의식한 식단을 준비하자. 물론 이 각오는 며칠 가면 흐릿해지겠지만 감상문을 쓰면서 되새김하는 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다.
통찰력을 제시하는 훌륭한 책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와 같은 참신한 교양 서적이 드물까. 남의 지식을 보고 외우며 기억하는 주입식 교육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설득력 있는 주장이 넘치는 국내 서적을 기대해 본다.
10퍼센트 인간.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제목 – 10퍼센트 인간(10% HUMAN)
저자 – 앨러나 콜렌(Alanna Collen)
옮김 – 조은영
출판 – 시공사, 초판1쇄(2016.02.15), 초판8쇄(2020.05.25)
쪽수 – 477
독서 – 2021.08.09~2021.09.16
추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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