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오랜 숙원은 일정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더 빨리, 더 멀리 달리는 것이다. 탄소배출 억제와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연료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무게 감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출시하는 신차는 전기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크기가 커지고 새 기능이 추가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차의 무게를 줄이고 전비(電費)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같은 전자제품도 에너지효율 등급을 따져가면서 사는 게 일반적인데 전기차도 같은 맥락에서 전비가 구매자에게 중요한 선택조건이 되었다.
경량화와 안전성
자동차 무게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대안으로 고안된 것이 강도가 높은 철판을 활용해 적은 양으로 튼튼한 차체를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고장력판(High Strength Steel, HSS)이다. 한편 알루미늄 비중(2.7g/cm3)은 철 비중(7.874g/cm3)의 1/3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가 취약하여 두랄루민과 같은 다른 원소를 첨가한 합금형태로 고급 차종에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장력일수록 연성이 줄어들고 항복점이 높아 탄성회복량이 커진다. 이로 인해 스프링백 현상이 커져서 형상동결성이 떨어지고 치수불량이나 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강도가 큰 고장력강판의 성형성은 좋지 않은 편이다. 얇은 두께에서의 높은 강성은 차량경량화의 핵심이다. 핫스탬핑(Hot stamping) 공법을 사용하면 기존 두께를 유지하면서 강도를 2~3배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기존 스탬핑 방식에 비해 20~25%의 자동차 경량화를 실현시킨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대용량 배터리팩은 차량의 무게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전비 향상을 위해 경량 부품들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팩의 충돌안전성 확보를 위해 높은 강도를 지닌 부품들이 요구된다. 자동차업계 입장에서 핫스탬핑은 고강도 철강을 이용하여 안전성과 경량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도입해야 하는 제조기술이다. 핫스탬핑 부품은 강성이 우수하여 차량이 충돌하거나 전복될 때 차체변형을 최소화하고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핫스탬핑 공정
핫스탬핑 공법은 고강도 강판을 재결정온도 근처인 90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하여 프레스기계로 성형한 후 금형 안에서 급속냉각시키는 복합성형기술이다. 프레스 성형이 열처리 공정을 내포하고 있어 성형가공 자체만으로 소재의 강도향상과 경량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장장이들이 농기구나 칼을 만들때 쇳덩이를 달구는 것처럼 강판을 가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900℃ 정도의 열을 흡수한 강재는 적당히 무른 상태가 되어 성형성이 향상되는 동시에 내부구조는 더욱 조밀하고 단단해진다. 초고강도 강판과 비슷한 강성을 갖는 붕소강(Boron steel)을 고온에서 열성형하면 초고장력 강판 대비 2.5배 이상 높은 강성을 갖추게 된다. 핫스탬핑은 높은 인장강도를 지닌 강판을 프레스로 찍어낼 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먼저 뜨거운 열을 가한다. 고온 상태의 강재는 가공성이 향상되는데 성형을 마친 후 강성을 높이기 위해 금형에서 냉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열을 가하는 것 이상으로 금형 안에서 열을 빨리 식히는 것도 중요하다.핫스탬핑 공법은 뜨겁게 가열한 강판을 프레스로 성형한 후 금형 안에서 일정온도로 유지하도록 냉각을 지속시켜야 하기 때문에 성형사이클타임이 기존 공법보다 길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 방식에 사용하는 강재는 온도의 상승과 하강을 촉진시키고 사이클타임 단축을 위해 발열성능이 우수하며 높은 열전도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금형은 고온의 성형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연화 현상을 극복해야 하므로 내마모성과 높은 경도를 지닌 강재의 사용이 요구된다. 이는 금형제작 비용을 증가시키고 핫스탬핑 부품단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형 후 긴 시간을 차지하는 레이저 트리밍 가공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반면 핫스탬핑 공법은 프레스로 부품을 한 번에 성형하므로 판재를 붙이기 위해 용접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부품을 용접, 조립하는 공정이 줄어들고 개발해야 할 금형 수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핫스탬핑 라인은 프레스와 로봇, 가열로, 금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라인을 시스템으로 구성해야 한다. 핫스탬핑 기술을 적용하면 부품을 복잡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으며, 우수한 치수정밀도를 확보하게 된다.
시장현황
세계적으로 환경규제와 안전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전기차 성장과 더불어 핫스탬핑 부품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키지고 있다. 중국산 강판 수입이 증가해 국내 철강업체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핫스탬핑 가공기술을 통해 철강품질을 높이는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전략이다.